남대문시장 갈치골목, 중앙갈치식당 두그릇뚝딱!
남대문시장에 맛집이 그렇게 많다는 얘기를 듣고 언제가나 기회만 본게 무려 반년...
거리도 애매하고 우리가 항상 가서 노는 동네랑도 떨어져있어서 서울에서 내려오기 전 꾸역꾸역 기회를 만들어 가게 되었다. 갈치골목이 따로 있는줄은 모르고 그냥 갈치조림이 유명한 곳이 있나보다 하는 생각으로 갔었는데 세상에, 식당이 왜이렇게 많은지 정말 깜짝 놀랐다.
날씨도 더운날은 아니었는데 좁은 갈치골목 안으로 들어가니 등에서 땀이 주륵 흐르는게 느껴졌던.
심지어 한참 갈치먹기 좋았을 때라 사람도 엄청 많아서 곳곳마다 웨이팅이 장난 없었다. 가장 길었던 곳은 우리가 간 중앙갈치식당과 그 옆의 희락갈치가 가장 줄이 길었음.
배도 많이 고팠는데 다행히 가는 길에 씨앗호떡 파는 곳이 있어서 하나 사먹었더니 기다릴만 했음.
나는 호떡은 다 평타치겠지 싶어서 아무데서나 사먹었는데 아닌곳이 있더라. 왠만하면 호떡도 맛있는집 찾아서 드시는걸 추천함.
나는 음식점 웨이팅하는걸 진짜 별로 안좋아하는데 남대문시장 갈치골목은 그냥 아무데나 가자니 여기까지 온 보람이없고, 다른 비슷한 곳을 가자니 거기도 어차피 줄이 길어서 한번 기다려보기로 했다.
다행히 손님이 쭉쭉 빠져서 한 20-25분 정도? 기다렸던 것 같음. 줄이 너무길어서 그 좁은 골목에서도 S자로 구불구불 웨이팅 줄이 이어졌다. 이런거 싫어하시는분들은 그냥 집근처 맛있는 곳 찾아서 가시는걸 추천함.
기다리는 동안 옆에서 끓고있는 갈치조림 구경.
사람이 얼마나 많으면 저걸 그냥 계속 끓이고 있을까 싶은 마음과 냄비만 봐도 너무 맛있어보여서 기대되는 마음이 같이 들었다. 여기도 처음엔 다들 새벽일 끝나고 와서 뚝딱 먹고가는 밥집이었을텐데 지금은 여러지역에서 찾아와 줄까지 서서 기다리는 맛집이 되다니. 참 신기하다.
그 좁은 시장길에서 촘촘히 줄을서서 투박하게 쌓여 끓고있는 양은냄비를 보자니 마치 90년대로 돌아간 것 같았음.
그렇게 조금 기다리니 2층으로 안내를 해주셨다. 주문은 들어가면서 하고 들어감. 생선구이도 맛있다고는 하는데 둘다 조림류를 좋아해서 조림으로 두개 주문했다.
10분이 안되서 차려진 갈치조림.
계란찜도 나오는데 나중에 가져다주셔서 사진에선 안보인다.
갈치구이도 같이 나오는데 사실 생긴게 저래서 별로 기대를 안했지만 생각보다 맛있어서 의외였음.
간장은 같이 주시는 생김과 같이 먹는 용도다.
밑반찬은 사실 갈치조림만으로도 밥도둑이라 맛만 본 정도로 먹었다.
남대문시장 중앙갈치식당을 찾는 손님들의 나이대는 다양했다. 아주 어려보이는 학생들부터 시작해서 나이지긋하신 분들까지. 한식중에서도 조림류가 확실히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호불호가 많이 안갈리는 것 같다. 특히 나처럼 아재입맛에 탄수화물 중독이라면 밥 세공기는 뚝딱임.
안타깝게도 나는 이 날따라 간만의 나들이라고 딱맞는 치마를 입고가서 두그릇밖에 못먹음ㅠㅠ
남대문시장 갈치골목 중에서도 유명하다는 중앙갈치식당에 갔다온거면 살 발라내서 두툼한것도 좀 찍고 밥한숟갈 크게 떠서 갈치조림국물 촉촉하게 적셔 생김에 싸먹는것도 좀 보여주고 해야되는데 안타깝게도 그렇게 먹느라 사진을 못찍었다.
맛은 비주얼에서 상상할 수 있는 딱 그맛이고 가격대도 나쁘지않던걸로 기억한다. 오히려 가격에비해 잘나오는 감이 있었음. 밥에 국물 싸악 적셔서 먹는 그맛은 정말....찐사랑. 정말 행복한 맛이다.
그냥 밥이 줄어드는게 너무 아쉬울정도였다. 국물 다 먹을때까지 밥솥에서 밥 계속 퍼먹고싶은 맛이었음. 웨이팅이 그렇게 길었는데도 자리가 왜 빨리빨리 나왔는지 알 것 같았다.
일단 나오자마자 밥한공기가 그냥 사라지는데 먹는 시간이 오래걸릴 이유가없었음.
그런 의미로 왠만하면 기다릴만한 맛집이라 할 수 있겠다. 나랑 완이는 걷는걸 좋아해서 이렇게 배터지게 먹고 나와서 청계천을 따라 종로까지 쭉 걸어갔다.
종로갔으면 우리는 또 무조건 삼청동 찍어줘야되서 블루보틀을 가보자고 삼청동까지 걸어감.
먹은게 있으니 움직이긴 움직여야될거같고, 근데 또 생각보다 너무 오래걸어서 다리가 정말 너무 아팠음.
근데 그렇게 간 블루보틀도 사람이 너무 많아서 돌아오며 라디오엠(RADIO M)이라는 베이커리카페를 가보게됐다. 밖에서부터 빵냄새가 세상에 너무 고소해서 그냥 막 이끌리듯 들어감.
2층으로 되어있는 파란 간판의 베이커리카페였고 사진을 찍진 못했지만 빵 비주얼만큼이나 외관도 예쁜 곳이었다. 여기도 사람이 많아 예쁜 창가자리는 앉지 못했지만 보기만해도 행복한 베이커리가 잔뜩 있어서 고르는 재미가 있었음.
물론 여기까지 가는 와중에도 갈치조림으로 배불러했을때라 많이 고르진 못했다.
사실 짠걸 너무 먹었더니 커피가 엄청 땡겼음.
요게 베스트상품이라길래 우리는 청포도가 올라간걸로 가져왔다.
청포도랬는데 샤인머스켓이고 그런건 아니겠지. 근데 배불러서 그랬는지 몰라도 베스트상품이라고 적혀있는거치곤 막 엄청 맛있진 않았음. 다른거 더 달달한걸 고를걸 조금 후회했다.
개인적으로 저 뒤에 견과류 엄청올라가있는 파이 엄청 좋아하는데 너무 아쉬움ㅠㅠ
여기서 먹어본건 아니고 아우어베이커리에서 비슷한걸 먹었는데 완전 꽂혔다. 단거 별로 안좋아하는데 캬라멜이 풍미가 엄청 좋아서 계속 먹게됨.
어쨌든 커피마실때 베이커리류가 중요하다면 여기 한번 가보시는걸 추천!
가짓수도 엄청 많다. 앙버터는 내취향이 아니라 빠르게 패스.
스콘도 되게 맛있어보여서 뭘 골라야되나 엄청 고민했다ㅠㅠ왜 맨날 이런 빵집은 배부른상태로 가는거야.
어쨌든 우리가 고른 베스트상품은 그저그랬지만 다 먹었고, 겨우 갈증해소하고 집에 가기위해 나와서 덕성여중, 여고 사잇길로 쭉 내려왔다.
그리고 거기서 본 내 인생 버스킹!
바이올린과 어쿠스틱기타로 연주하는데 진짜 공연이 너무 멋졌다. 나는 버스킹 공연볼때 영상은 잘 안찍고 그냥 이 장소에서 지금 귀로 듣고 끝나곤하는데 이 공연은 그냥 듣자마자 이건 찍어야된단 생각밖에 안들음.
영상은 인스타엔 올렸지만 블로그에는 조금 조심스러워서 인스타 아이디 찍은것만 올렸다.
어쩜 딱 노을지기 직전에 학교 배경으로 연주를 듣고있자니 그 모습이 너무 예뻐서 이 순간을 오래 간직할것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영상도 엄청 예쁘게 나옴ㅠㅠ
하필 공연 끝자락에 가서 마지막곡만 듣고 아쉽게 자리를 떠났지만 꼭 다시한번 만나고싶은 버스킹이었다. 그렇게 쭉 내려와서 인사동을 가니 아이디어스 오프라인몰이 여기에 있단게 생각나서 급 들려봄.
뭐 신기한건 많았는데 딱히 살만한건 없네..하고 돌고 있는데 알콜킬러인 우리의 눈에 확 띈 소주잔!!! 바로 집어옴.
집에와서 엽떡에 소주 먹으며 하루 마무리.
이 잔이 아이디어스 오프라인몰에서 가져온 소주잔이다. 가장자리에 둘러진 금테는 진짜 금이라 가격이 좀 셌지만 그래도 너무 마음에 들어서 덜컥 사버렸고 지금도 너무 잘 쓰고 있다.
원래 하트잔이나 대만에서 사온 물고기잔을 썼는데 이제 소주마실땐 무조건 이 잔을 씀.
집이랑 사무실이 가까워서 몸을 움직이려면 마음먹고 움직여야됐었는데 이 날은 남대문시장 중앙갈치식당부터 시작해서 삼청동, 인사동 다 찍고 집까지 오니 완전 녹초.
아마 엽떡 먹다가 쓰러져 잤던걸로 기억한다.
앞에서 몇번 삼청동 포스팅을 했던 것 같은데 여긴 갈때마다 왜이렇게 정감가고 푸근한지 모르겠다. 나중에 기회되면 한번 살아보고 싶은 동네임.
어쨌든 갈치골목 중앙갈치식당으로 시작해 삼청동으로 마무리. 옆이긴 한데 엄청 가깝진 않아서 누가 이 루트로 갈까 싶지만 간 곳마다 나름 괜찮은 곳들이었으니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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