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 추태숙국밥, 도가니수육 / 모둠수육 맛집 완벽한 조합
이전에 직원들과 회식으로 갔었던 천안 추태숙국밥.
그 맛을 잊지 못하고 또 언제갈지 각 재고 있다가 마침 내 생일을 맞아 부모님께서 천안으로 오신다기에 토요일 저녁으로 예약하고 방문했었다.
하필이면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던 그 날...택시도 잘 안잡히고 나올때부터 뭔가 꼬였지만 예약은 해놨으니 어쨌든 식당에 도착만하면 된다는 생각에 어찌저찌 시간맞춰 도착했지만 왠걸...가게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첫 날 예약없이 왔을때에도 가게 불은 꺼져있고 간판불만 들어와있었기 때문에, 그리고 난 분명 예약을 해놨기 때문에 어리둥절한 가족들을 안심시키고 문을 당겨봤지만 잠긴 문...
비는 그칠 생각을 않고, 다른 곳을 가자니 이 곳 수육을 너무 먹이고 싶은 마음에 애먼 문만 두드리던 중 10분 정도 지나서 사장님아들분이 나오셨다. 지금은 좀 덤덤하게 말하지만 그땐 진짜 화도 좀 나고 많이 속상했었음. 알고보니 전날 손님이 많아 일찍 재료소진이 되었고, 사장님께서 내가 한 예약전화를 어디에 적어두지않았다가 그대로 잊으셨던 것.
처음 왔을때부터 내키는대로 장사하시는 것 같아서 기어코 예약까지 한 거 였는데..! 어쨌든 예약했었다고하니 다행히 받아주셨고 예기치못하게 가게엔 우리가족만 식사를 하게되었다. 다른 손님은 더 받지 않으심.
이 때 쌓였던게 많아서 서론이 길었지만 처음엔 이렇게 들어와서 맛있게 먹겠냐고하시던 부모님도 내가 너무 속상해하니 그래 뭐 들어왔으면 됐지, 하는 마음으로 온화하게 계셨다.
사장님아들분은 계속해서 우리에게 죄송하다고 말씀해주셨고 음식이 나올때쯤 되니 좀 마음이 진정이 됐었다. 생각했던 메뉴가 있었기 때문에 주문은 속전속결. 모둠수육 대자와 장터국밥 1개를 주문하니 김치와 알배추, 고추/다진마늘/와사비 등 밑반찬을 바로 내어주심.
번화가가 아닌 동네 국밥집이라 이 날처럼 체계적이지 못한 일이 빈번하게 생기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주얼이나 맛은 정말 좋은곳이긴 하다.
처음 왔을 때 먹고 푹 빠진 김치들도 다시 만나게되어 너무 기뻤음. 특히 겉절이가 완전 취향이었음ㅠ
수육을 주문하면 곰탕국물을 서비스로 주신다. 2인에 1개씩 주셔서 넉넉하게 먹을 수 있음. 모자르면 더 주시기도 한다. 금세 수육과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부재료들이 깔렸고, 이 쯤되니 부모님께서도 어느정도길래 이렇게 데려오려고했나 하시면서 궁금해하심.
간장은 약간 회간장같은 느낌? 일반 간장이 아니라 달짝지근한 맛이 있다. 종종 썬 대파는 서비스로 나올 곰탕국물에 넣는 용. 밑반찬이 깔린 이후로 한 10분 정도? 더 기다리니 드디어 메인 메뉴가 나왔다.
버너위에 수육이 올라가자마자 터지는 감탄사.
이 정도니까 내가 이렇게 기를 쓰고 데려왔지..! 다시봐도 비주얼이 어마어마하다. 도가니에 양에 사태고기. 게다가 고깃국물에 슬쩍 잠겨있어 처음부터 끝까지 촉촉하고 따뜻하게 먹을 수 있다. 국물이 너무 많이 줄어들면 중간에 한번 더 부어주신다. 위에 뿌려진 노란 가루는 뭔지 모르겠지만(갈릭 후레이크 같다고 추측) 한번 휘리릭 뿌려진 후추는 고기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풍미가 정말 대박.
엄마는 오래된 시장 국밥집을 가도 이 가격에 이정도 양은 안줄거라면서 감탄하심.
그만큼 천안 추태숙국밥의 모둠수육, 도가니수육은 가격도 착한편이고 부위도 탐스러우면서 부들부들 맛까지 너무 좋음. 게다가 김치를 비롯해서 질리지않게 함께 먹을 수 있는 부재료가 탄탄해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메뉴다.
여긴 힘줄부위도 하나 질기지가 않다.
쫄깃한 사태살 하나 집어서 알배추위에 차례차례 올릴 준비.
고추와 마늘은 간장에 섞어 먹는 용도지만 지난번부터 따로 올려먹는게 더 맛있는 것 같아 김치와 함께 오목조목 올려보았다. 한 입에 와랄라 털어넣으면 이 곳이 바로 천국.
곰국도 가져다 주심. 진하고 구수한 곰탕국물도 참 좋은 곳이다. 개인적으로 뜨끈할때 먹어야지 식으면 손이 잘 안가게됨. 부모님도 부위별로 몇 점 드시더니 더 필요한건 없는지 체크하러 와주신 아드님께 딸이 왜 데리고오려고했는지 알겠네요, 맛있어요라고 해주셨다.
들어오는 과정은 썩 좋지 않았으나 그럼에도 배신감 없는 맛에
뿌듯한 순간.
사장님 컨디션과 그 날 재료소진속도에 따라 운영시간이 좌지우지되는 곳이라 꼭 가보시라고 말은 할 수 없지만 내가 먹어본 수육중에는 단연 세 손가락 안에 꼽히는 곳이다.
아니, 특수부위 중엔 원탑이다. 일반 수육 원탑은 서울 교대앞에 서리풀식당이었음. 이제 다른 곳에서는 수육 못 먹을 것 같다.
그리고 칼칼한게 땡길까봐 같이 주문한 장터국밥.
처음 와서 먹었을때랑 맛이 좀 다른 것 같긴한데 그래도 소주 한 잔하고 칼칼하게 내려주기엔 그만이었다. 다들 수육에 정신이 팔려 많이 먹진 않았지만 그래도 힘들게 들어왔는데 드실 수 있는건 다 드신 것 같아서 안심이었다.
장터국밥에도 빠지지 않는 후추.
은은한 매운맛과 특유의 칼칼함이 후추에서 나오는 것 같았다. 뭔가 시원하면서도 묵직한 고깃국물맛이 참 좋았음.
처음에 버너가 나오는거보고 장터국밥이 올라가는거냐고 하셨는데 수육이 올라가는거보고 엄청 만족스러워하셨던 우리 아빠. 나도 수육을 계속 뜨끈하게 먹을 수 있다는 거에 꽂혔었는데...이래서 피는 못속이나보다. 나이먹을수록 아빠 입맛을 엄청 닮아가는 것 같음.
어쨌든 고기는 질려하지만 담백한 특수부위 수육이라 마음에 드신 엄마와 원래 고기 좋아하시는 아빠, 그리고 이런 푸짐하고 수더분한 음식 좋아하는 동생까지.
날 위해 천안까지 찾아준 가족에게 모두 만족스러웠던 식사였다. 다음에 또 예약할 일 생기면 그 전날부터 예약 제대로 되어있는지 확인부터 하기로 다짐함. 기회가 된다면 음식은 몹시 추천하고싶은 천안 추태숙국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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