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촌샤브칼국수 두정점, 요즘같이 쌀쌀한날 딱!
나름 살고있는 동네마다 맛집을 꿰고있다고 주변인들이 알고있지만 나는 무려 등촌샤브칼국수를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SNS에서건 주변에서건 등촌 먹고싶다, 진짜 맛있는데 하는 소리를 여러번 들어왔지만 갈 기회가 없어서 지금까지도 경험해보지 못했다는 사실!
이 날도 원래 순대국밥이 목적이었지만 가려고 한 순대국밥집이 쥐도새도모르게 없어져 다른 먹을거리를 찾다가 퍼뜩 생각나서 오게 되었다.
주문과 동시에 나온 칼국수와 볶음밥, 그리고 겉절이.
나는 샤브샤브 다먹으면 죽이 나오는건줄 알았는데 아니었나보다. 죽 메뉴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음. 그리고 나중에 알았던건데 같이간 회사동생도 나도 등촌샤브칼국수 주문이 처음이라 당연히 두개 두개 주문해야되는건 줄 알고 버섯칼국수 2개, 샤브샤브 2개 이렇게 주문했다는거. 거기에 왕만두까지^_^
주문받은 이모님도 듣자마자 아무렇지도않게 네, 하고 가시길래 잘못된건지 1도 몰랐었다.
어쩐지 밥이 많아보이더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비주얼은 그동안의 등촌샤브칼국수에 대한 기대감을 더 키우기 충분했다. 이것만 보고도 설렜었는데 나는 이때까지도 볶음밥인줄 모르고 죽 재료인줄로만 알았음.
샤브샤브용 소고기를 주문하면 소고기, 칼국수, 마지막으로 볶음밥 이렇게 순서대로 먹을 수 있는데 그 중 칼국수가 제일 별로라더니 그 말이 맞았다. 아무래도 손님들이 직접하는거라 그런지 모르겠지만 면만 익으면 바로 먹어서 그런지 면에 간이 없고 그냥 배채우려 먹는 느낌이었음.
겉절이는 나오자마자 와 이거 무조건 맛있게생겼네, 하고 먹어봤는데 그 느낌이 맞았다. 진짜 맛있었음. 크기가 큰게 많아서 잘라먹어야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지만 김치 자체는 시원하니 많이 짜지않고 정말 맛있었다. 메인메뉴 나오기도 전에 작은 조각들은 거의 다 집어먹을 정도였음.
등촌샤브칼국수의 기본 차림상.
두정점은 모든 테이블이 좌식이라 좀 불편했는데 다른 지점은 어떤지 모르겠다. 날씨가 쌀쌀해져서 그런지 손님도 제법 많았지만 이모님들이 엄청 빠릿하셔서 그런가 나오는 속도나 서빙되는 속도는 전혀 늦지 않았음.
한 5분정도 기다리자 이렇게 미나리가 가득 담겨 뚜껑이 겨우 얹어지는 냄비를 가지고 나오셨다. 뜨끈뜨끈한 국물이 너무 먹고싶어서 순대국밥이 땡겼던거였는데 왠걸, 더 업그레이드된 메뉴를 먹는 것 같아서 기분도 같이 업됨. 미나리는 불이 세면 가장자리가 금방 타버리니 최대한 냄비 안으로 밀어넣어주는게 좋다.
기대감 폭발.
회사동생은 친구가 등촌샤브칼국수를 다른 지역에서 운영해서 여러번 가봤는데 항상 친구가 알아서줘서 주문해본적이 없다고 함. 나는 여러번가봤다길래 그런가보다했던건다 걍 나와 다를바가 없었음.
이렇게 먹는거 맞나하다가 결국 동생이 이모님께 처음와서그런데 어떻게 먹는거예요? 하고 여쭤보니 미나리가 다 숨이 죽으면 소고기 먼저 샤브샤브로 먹고 칼국수 먹고 마지막에 밥을 볶아준다는 당연한 말씀을 해주심. 애초에 왜 여쭤봤는지 모르겠음. 더 맛있게 먹는 꿀팁이라도 알려주실줄 알았나.
어쨌든 등촌을 먹어봤지만 주문은 할 줄 모르는 바보와 그냥 등촌이 처음인 나는 이게 4인분이라는건 꿈에도 모른채 미나리가 숨이 죽기만을 기다리기로 함.
미나리 별로 안좋아하는데 여긴 미나리 많이 먹어도 맛있다길래 그런가보다했는데 진짜 많이 먹어도 거부감 없이 엄청 잘 들어갔다.
샤브샤브 2인분.
많다라는 생각은 안들었지만 이거 먹고 칼국수 먹고 밥 다 먹을거까지 생각하면 적은 양은 아니다. 게다가 고기 한 장이 제법 커서 생각보다 다 먹는데 오래 걸릴 정도.
이 비주얼을 너무 보고싶었다.
칼칼한 고추장찌개같은 버섯샤브샤브육수에 얹어지는 얇은 소고기들ㅠㅠ국물은 색깔은 빨개도 맵진 않았고 시원함을 더 더해주는 정도? 맵고 칼칼한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조금 아쉬웠지만 이 날만큼은 술 없이 건강한 식사가 목적이었기 때문에 겸사겸사 잘 된 일이라고 생각했다. 식사 자체는 건강해지만 과식인줄은 모른...
이제 나도 어디가서 등촌 먹었다고 할 수 있다.
고기 넣기 전 국물을 맛보았더니 고기 들어가면 감칠맛이 훨씬 올라갈 맛.
그래서 더 우러날때까지 국물은 잠시 아껴두는걸로 하고 고기가 익자마자 미나리와 함께 한 점 집어 들었다. 원래 이 시점에서 소주 한잔 해야할 타이밍인데ㅠ아쉬움이 가득가득.
이 이후로부터는 열심히 고기 찾아서 버섯이랑도 같이 먹고, 미나리랑도 먹고, 간장 찍어서도 먹고, 그냥도 먹고 하면서 편안한 식사시간을 보냄. 그렇게 고기를 다 찾아먹고나면 칼국수 타임이 온다.
사실 칼국수 먹기전에도 어느정도 배가 찼었음. 아무래도 육수를 가득 머금은 채소와 고기를 먹기 때문에 물배가 금방 차는게 아닐까 생각한다.
칼국수는 생각보다 오래 끓여야 익고, 면에 맛도 배기 시작함.
술을 안마시니 끊기는게 싫어서 더 칼국수 익는 시간을 기다리기 어려웠던걸지도 모른다.
비주얼은 뭔가 장칼국수 같지만 생각보다 육수는 꾸덕하지 않았고 맑지만 버섯의 개운함을 가득 품고 있는 그런맛. 도대체 고기육수가 아닌 채수를 먹은게 얼마만인지 모르겠다. 장점은 확실히 고기육수요리보다 과식을 해도 속이 많이 불편하지 않다는 것.
맨날 고기만 먹다보니 잘 느끼지못한 기분이었다. 신선했음.
다른 지점도 그러는지 모르겠는데 등촌샤브칼국수 두정점은 밥을 볶을때 다른 테이블로 가져가서 볶아준다. 우리 옆테이블도 비어있었는데 굳이 먼 곳으로 가져가서 볶고 가져다주심.
처음엔 먹는데 신경쓰이지말라고 하는건 아닐까 싶었는데 다른 테이블 볶음밥은 또 우리 옆으로 가져와서 볶아주심. 대체 무슨 목적의 시스템일까? 정말 궁금하다.
죽인줄 알았다가 볶음밥이 와서 조금 섭섭했지만 그런 마음이 무색하게 볶음밥은 정말 맛있었다. 계란도 한 알 밖에 안들어간거같은데 왜이렇게 고소하과 맛있는지...
정말 안타깝지만 우리 주문한게 4인분에 왕만두까지였기 때문에 배가 너무 불러서 조금 남길 수 밖에 없었다. 배불러서 일어나는 순간에도 아 조금밖에 안남았는데 너무 아깝다...하면서 일어남ㅠㅠ
아쉬웠지만 별 수 있나, 간만에 건강하게 먹었는데 과식해서 체할 순 없지.
어쨌든 기대감에 차있던 등촌샤브칼국수는 요즘처럼 쌀쌀할 때 처음 먹을 수 있어서 너무 좋았고, 기대했던 맛과는 조금 달랐지만 그래도 충분히 또 찾을 것 같은 곳이었다. 굉장히 맛있고 든든하게 잘 먹은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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